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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사정관제

[신년 기획 - 대학입시 현장보고서 2013](1) 현장의 아우성

[경향신문]

송현숙·이혜리 기자 song@kyunghyang.com

ㆍ“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매달려… 학교만 믿고는 절대 대학 못가요”
ㆍ“준비할 게 너무 많고 합격 기준도 도대체 알 수 없는 로또 입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지나가는 걸까. 짧게는 1년, 길게는 12년을 달려온 고3 수험생과 학부모는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학원은 연어떼를 만난 북극곰처럼 눈에 불을 켰다. 지방 학교의 ‘원정 논술단’이 서울 대치동을 찾고, 입시 정보를 찾아 온·오프라인을 헤매는 눈들은 시간·장소·비용을 가리지 않았다.

경향신문 교육팀이 들여다본 2013학년도 대학 입시는 나부터 살고 보려는 세상살이의 압축판이었다. 수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8일부터 정시원서 접수가 끝난 12월27일까지 서울·수도권 입시현장에서 40여명을 만났다. 논술시험장, 대치동 학원가, 엄마들이 만나는 입시카페를 찾았고, 고3 교사들과 입학사정관, 논술채점 교수, 입시 연구가의 말을 들었다.

그들은 “이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만투성이지만 나 혼자 호루라기 불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고등학교는 “칼자루 쥔 대학이 갑”이라 하고 학부모는 “비싼 수강료를 매기는 학원이 갑”이라고 하는 것, 겪어본 사람도 지켜본 사람도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답은 없는 것일까” 묻게 되는 것, 이 사회의 블랙홀과 막장이 된 대학 입시였다.

경향신문이 바닥 끝까지 현장보고서에 담겠다는 맘으로 50일간 뛰었다. 누군가 또 다른 사람이 겪게 될 생생한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학교나 정부에 민감한 말을 토해내면서 사람들은 익명을 요구했다.

 


▲ 강남 학부모
“전형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준비하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어”


▲ 대전 고3
“아예 대회 자체를 학부모들이 만들기도… 무조건 스펙 쌓아야”


▲ 서울 고3 담임
“학교생활만 본다면서 수시 합격 애들 보면 도대체 기준이 뭔지”


# 준비할 게 너무 많은 ‘죽음의 다이아몬드’ … 너무 힘들다

안양 학부모 = 3년 전 큰아이가 건축학과에 입학했는데 그때와 제일 달라진 게 입학사정관제다. 그 당시에도 내신, 수능, 논술 부담을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비판했는데 이젠 입학사정관제의 각종 스펙까지 추가해서 ‘죽음의 다이아몬드’가 됐다. 더욱 가혹해졌다.

강남 학부모 = 이 많은 걸 준비하려면 늦어도 고1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좋은 동아리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경쟁의 시작이다. 문과의 경우 토론반이나 문예반, 교지편집부, 방송반 등이 대학에서 가장 좋게 본다고 소문난 인기 동아리다. 모집정원이 워낙 적어 여기 들어가는 것 자체가 경쟁이다. 또 각종 대회도 1학년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어, 영어, 사회, 수학 경시대회는 기본이고 토론대회나 논문대회 같은 것에도 나가야 한다. 일단 학교에서 상을 타고 지구대회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학생부에 쓸 수 있는 경력이 되는 것이다. 경제 관련 전공을 생각하는 부모들은 경제 경시대회나 관련 과목 선행이수(AP)도 열심히 참여하더라. 우리 애는 중3 때 문학 전공으로 진로를 대충 결정하고 한국사, 국어인증, 텝스, 한문 이렇게 4가지 준비를 시작했다. 원래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까지 하려 했는데, 할 게 너무 많아 중간에 그만뒀다.

송파구 학부모 = 1학년이 끝나면 학교에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만한 아이들에게 상장을 몰아 준다. 여기에 끼기 위해서라도 1학년 성적부터가 아주 중요하다. 나중에는 만회가 안된다.

분당 학부모 = 외부 활동도 해야 한다. 학생부에는 교내 상만 기록하게 되어 있지만 자기소개서엔 외부에서 받은 상들을 다 녹여내 쓴다. 과학고 학생들은 모두 올림피아드에 나간다. 과학고 준비했다 떨어진 애들도 준비했던 걸 바탕으로 고등학교 때 올림피아드에 참가한다. 이게 입시로까지 이어지니 결국은 특목고 가고 사교육 하라고 부추기는 셈이다.

대전 고3 = 1학년 겨울방학 때 모의유엔(UN)대회에 나갔다. 각 대학교마다 모의유엔대회가 많이 있는데, 내가 나갔던 데는 어떤 단체에서 주최한 이름 없는 거였다. 서울 애들이랑 친해져서 나중에 얘기해 보니 부모님이 아예 대회 자체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더라. 학생부에는 원칙적으로 교내에서 받은 상만 넣을 수 있게 돼 있지만 교내상만 쓰는 애들은 거의 없다. 다 외부 스펙을 쓴다. 특히 사설 모의고사는 전국 1등부터 등수가 다 나오니까 여기에서 전국 1등 한번 하면 자기소개서에 “어디어디 사설 모의고사에서 전국 1등 했다” 이렇게 쓴다. 증빙서류를 떼서 내고. 올림피아드도 다 쓴다.

일산 학부모 = 전형이 너무 다양한 데다 해마다 입시가 달라지고 요강도 늦게 발표된다. 여름에나 최종 확정이 되니, 입시정보에 관심이 많고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편인데도 제대로 파악을 못할 정도다.

# 공교육과 유리된 입시 … 사교육만 부추긴다

분당 학부모 = 논술, 면접, 수능, 입학사정관제. 이 중 어느 것도 학교에서 제대로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진학 지도도 그렇다. 저는 학교 도움 좀 받으려고 학기 초부터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큰 도움을 기대한다기보다 아이가 어느 쪽으로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정도였다. 추천서를 쓸 때 어차피 교사가 알아야 하고, 관련 행사가 있으면 챙겨 달라는 의미도 있었다. 아이들이 한두 명도 아니니 큰 관심을 기대하진 않는다. 결국 C 정도의 실력을 B로, B를 A로 올리는 건 부모의 몫인 것 같다.

대전 고3 = 수능도 학교 선생님보다 인터넷 강의(인강) 선생님이 훨씬 잘 가르친다. 내가 볼 때 인강과 정규수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학교 선생님들의 경우 다른 업무가 많아 교수방법이나 교재 연구를 할 시간이 훨씬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강은 최적화된 방법으로, 그 선생님의 최적화된 교재로 공부를 하게 되는데 학교 정규수업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안되니까 힘든 것 같다.

인천 학부모 = 아이 아빠가 수능 끝나고 한마디하더라, “시험 끝났는데 왜 학교에서 논술을 안 시키고 아이들을 놀리느냐”고. 수능 끝나고 논술 공부는 오후에 집에 와서 개별적으로 따로 했다. 학교에서 전혀 도움을 못 받았다. 그러고보면 학교에서 특별히 입시를 위해 도움을 주거나 한 건 없는 것 같다. 학교에서 꾸준히 논술 지도를 해 왔다면 모르겠는데 학교 선생님들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치동 논술강사 = 대치동을 찾는 아이들은 보통 고2 겨울방학부터 시작해서 고3의 9월 말 정도까지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주 1회씩 4시간 수업을 받는다. 학기 중 안 하던 아이들도 방학 때는 최소 주 1회 수업을 받는다. 특목고, 자사고는 거의 다 준비한다고 보면 된다. 강남권 학교에선 동국대, 건국대, 숙명여대 등 서울 중위권 이상을 생각하는 아이들은 다 수강한다. 대전권 이상 춘천, 청주 등에서는 학기중 주말에 KTX를 타고 와서 수업을 듣는다. 보통 4시간 기준 4회에 35만원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잘하는 곳도 간혹 있지만, 대개는 교사들이 글쓰기 자체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어서 논술 업체가 방과후수업에 경쟁입찰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도한다. 특목고에선 강남권 학원 강사를 특기적성 강사로 초빙하기도 한다. 나도 경기도 지역에서 7년째 고교 방과후 특기적성 강사로 가르치고 있다.

분당 학부모 = 현재 입시는 사교육 없인 준비할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상위권 수시에선 특목고와 일반고의 차이가 크다. 일반고는 심화과정을 배울 기회가 없다. 웬만한 건 분당에서 학원을 다녔는데 다니던 학원에서, 심화 준비는 본점에 가라고 추천하더라. 대치동에 오니 학원 내에 A부터 E반이 있더라. 과학고생 중에서도 올림피아드나 KMO상 등을 수상한 아이들, 참가만 한 아이들,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과학고생 등의 순서고, 제일 마지막이 일반고 반이다. 학원에서 어떻게 가르치는지,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선 전혀 준비할 수 없으니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왔다. 2년 터울의 누나는 본인 희망따라 어렸을 때 잠시 있었던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데, 고2가 되는 봄에 가서 쭉 알아보고 왔더니 학원 다닐 필요도 없더라. 고교과정의 포트폴리오만 제출하면 되는 체제였다. 모든 입시를 공교육에서 준비하는 외국하고 입시가 너무 비교된다.

서울 고3 담임 = 전형이 너무 많아 선생님들도 잘 모른다. 아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대학 뽑아오면 경험으로 다른 자료들 가지고 같이 검토해 보는 수준이다. 우리들도 어려운 부분이 입시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거다.

대전 고3 수험생 = 1학년 1학기 때 학년부장이 주도해 특별반(잘하는 애들만 모아놓은 반) 2개를 만들었는데, 특별반에는 자습시간에 학원 강사가 와서 수업을 했다. 교육청에서는 학교 측에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지원금을 주는데 학교는 그걸 외부강사 초청에 쓰는 것 같다. 교육청이 오히려 학원 선생님의 학교 수업을 장려하는 거다.

# 붙어도 떨어져도 이유 모르는 ‘입시는 로또’

지방에서 서울 강남으로 온 기러기 학부모 = 대학에 합격을 해도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엄마들이 모이면 맨날 하는 얘기가 ‘입시제도 문제 있다’는 거다. 엄마·아빠가 노력해서 공부를 못해도 좋은 대학교에 가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에 그런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들어갔다는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나는 교육 때문에 강남에 와 있다. 지방에선 좋은 선생님도 없고 학원도 제대로 없어, 텝스니 뭐니 준비할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에 와도 힘들다. 특히 강남지역 경쟁이 치열해 내신 준비가 힘들었다. 이젠 고1 딸도 준비해야 하는데, 웬만하면 유학 보낼까 생각한다. 한국에선 성적이 나온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입시 때문에 치여서 애들이 너무 불쌍하다.

서울 고3 담임 2 = 수시에서 혼란스러운 게 대학에서 과연 뭘 보고 학생들을 뽑느냐라는 점이다. 학교 생활만 보고 뽑았다고 하는데 서울대, 연세대 뽑은 거 보니까 스펙을 보고 뽑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대도 특히 이과 쪽에서는 전국 올림피아드 대상, 금상 받은 애들이 많이 합격했더라.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에 이런 것 다 녹여 쓴다. 스펙 준비에는 서울 애들, 과학고 애들이 정말 유리하다. 논술문제도 정말 어렵더라. 논술 시험문제 보면 나한테 일주일 시간 줘도 못 쓰겠더라. 이상하게 애들은 잘 쓰기도 하더라.

서초구 학부모 =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대학입시의 기준이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좋지만, 현재로선 돈을 엄청 들게 만드는 구조다. 학원, 광고영역 시장이 개척되면서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애들까지 모두 뛰어든다. 합격 기준도 알 수가 없으니 부모와 학생들만 불안하다.

평촌 학부모 = 올해 큰애는 반수하고 있고, 둘째는 고3이라 수험생이 두 명이다. 작년 언수외 5, 2, 2 등급을 받고 중앙대 경제학과에 논술전형으로 들어간 애 친구를 봤다. 언어가 5등급인데 논술전형으로 들어간 거다. 주변 엄마들이 거의 신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능 점수가 잘 나왔다고 해도 워낙 보는 게 많으니 안심할 수가 없다. 작년엔 모두들 내신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막상 원서를 쓸 때는 수능이 훨씬 중요한 것 같더라.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송파구 학부모 = 입시에서 준비할 게 워낙 많으니 아이들한테 로또 당첨을 가르치는 것 같다. 상위권 대학에 가려면 전교 3등 내에 들거나 수능이 대박나든가 논술을 뛰어나게 잘 쓰든가 해야 한다. 정작 학교 정규과정엔 논술이 없는데도 그렇다. 애한테도 쓸 수 있는 카드를 많이 가져야 유리한 거라고 늘 말한다. 전형이 너무 많아 어디에 ‘몰빵’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애한테 이렇게 가르치는 게 맞는가 싶다.

일산 학부모 = 수시 지원을 먼저 하는 제도도 문제가 있다. 시험을 먼저 보고 그 조건에 맞게 입시형태를 정해야 하는데, 시험도 보기 전에 주먹구구식으로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 1년 동안 수험생활을 막상 겪어보니 생각 이상으로 너무 힘들고 혼란스럽다. 학교를 전부 순례하다시피 하면서 논술을 치르는 것이 애들한테도 심리적인 부담을 주는 것 같다. 공부만 쭉 해서 줄세우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남 학부모 = 얼마 전 서강대 논술시험을 보러 갔더니 교실이 절반도 안 차더라. 원서대가 6만5000원인데, 결국 학부모 주머니만 터는 정책 같다. 수능을 잘 못 보면 최저등급제에 걸려서 아예 시험 못 보는데. 수시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도 문제다. 초창기만 해도 수시와 정시 비율이 3 대 7이었는데 지금은 역전됐다.

▲ 강북 학부모
“학교선 논술 준비 안돼… 사교육비 수백만원 중산층서 감당 못해”


▲ 지방 고3 수험생
“민주사회 가르치면서 학생 차별하는 고교를 교도소라 불렀다”


▲ 분당 학부모
“3년간 잠만 자는 학교 원하는 것 할 수 있게 의미있는 교육 해야”


# 정보부터 스펙 관리까지 ‘양극화 부르는 입시’

목동 학부모 = 입시 자체가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언수외 학원 다 다니고, 방학 땐 탐구과목 듣는 게 기본이다. 고2 때부턴 논술도 들어야 한다. 중3부터 고2 때까진 학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이과가 다른데, 보통 언어 25만원, 논술 30만~40만원, 수학 40만~50만원, 영어 40만원 정도다. 사탐은 과목별로 받는다.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들고 방학 땐 더 든다. 고1 때부터 계속 듣는 것이 이 정도다. 안 써도 100만원 정도 쓴다고 보면 된다. 컨설팅도 수시 50만원, 정시 50만원 정도 받는데, 주로 수시, 정시 패키지로 묶어놔 수시에 붙어도 환불을 못 받도록 한다. 여기에 자기소개서 등을 추가하면 더 늘어난다. 정말 궁금한 게 가끔 언론에 중산층 사교육비가 얼마라고 나오는데 너무 적게 나와 당황스러울 정도다. 정말 택도 없는 계산이다.

의정부 학부모 = 아이가 대학 준비를 뒤늦게 시작해 각종 입시설명회에 많이 다녔다. 나는 비교적 자유로운 일을 하고 있어 필요할 때 갈 수 있었지만 생업에 100% 종사하는 부모들은 이 정도의 정보라도 얻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에서부터 너무 불공평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북 학부모 = 학교에서 논술을 준비할 수 없으니 어차피 논술은 계속 다녀야 한다. 학기중엔 주로 주 1회 다니고, 방학마다 집중수업을 하고 수능 후부터는 매일 다니는 식이다. 4시간에 보통 10만~11만원 선이다. 이렇게 말하면 별로 비싸지 않은 것 같지만 수능 끝나고는 아예 매일 들으니 1타임 들으면 열흘에 100만원, 하루에 두 타임이면 열흘에 200만원이다. 예전엔 수능 끝나고 했던 파이널 논술 가격이 지금은 평소의 가격이 됐다. 이러니 엄마들이 일을 안 할 수가 없다. 중산층 가정에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대치동 학부모 = 논술이 이렇게 비싸지만 학원이 갑인 상황이라 기가 막힌다. 마감된다고 얼마나 재촉하는지 모른다. 유명 학원은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가고, 다 일시불로 내야 한다.

평촌 학부모 = 입학사정관제(입사제)는 더하다.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인 것 같다. 내가 평범해서 그런지 주변에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 딸이 서울의 한 여대 법대에 다니다 반수하는데, 친구들 중 자기 빼고 다 수시나 입학사정관제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 중 지방에서 온 한 친구는 영어전형으로 들어왔는데 모의고사 한 번 볼 때마다 전문가 상담을 해서, 영어전형으로 일찌감치 돌렸다고 하더라. 고등학교에서는 며칠을 결석하든 묵인해 주고 계속 외국 갔다가 대치동 학원 가서 영어 시험 공부만 했다고 한다. 그 동생도 지금 같은 루트를 가고 있고. 오히려 지방에서 잘 사시는 분들이 이런 특별한 전형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서울 고3 교사 = 입학사정관제 취지는 좋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큰 것 같다. 올림피아드는 돈 없으면 절대 못한다. 일주일에 1번씩 학원 가고 100만원 든다고 들었는데. 돈이 없는 애는 꿈도 못 꾼다. 영어 텝스, 토플도 잘 받으려면 학원에 가야 된다. 돈 있는 애들 위한 전형이 입학사정관제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몇몇 애들이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아니다. 자질이 있어도 집안의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정시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 수시, 입학사정관제 모두 좀 줄여야 한다. 수시를 이렇게 많이 뽑아버리면 수능만 준비하는 소외층들이 불리하다.

송파구 학부모 = 주변에서 보면 경제적으로 소외된 층이 정보도 늦고, 다같이 하는 걸 막판에 따라하다 보니 돈은 돈대로 더 쓰면서 효과는 더 떨어지는 것 같다. 수능이 쉽다쉽다 해도 최상위권에서 쉬운 것이기 때문에 하위권 학생들은 좋은 결과를 얻기도 힘들다.

# 입시 끝나고 남는 건 대학 당락뿐… ‘입시 공장 3년’ 제대로 된 교육 맞나

인천 고3 수험생= 학교를 ○○교도소라고 불렀다. 모든 게 입시 위주이고, 다른 활동을 한 기억이 없다. 정말 아이러니한 게 학교 사회 과목에서는 우리가 민주사회에 대해 배우는데 우리가 있는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는 전혀 민주적인 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다. 엄청난 수직적 관계로 이뤄져 있다. 교장과 교사가, 또 교사와 학생이 그런 관계다. 공부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 사이의 차별도 정말 심했다.

목동 고3 교사 = 학교의 존재 이유를 물으면 이율배반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인성교육이 제일 중요한 건 알지만 우리 사회가 학벌사회이다 보니 대학 못 나오면 대접을 못 받으니까 부모들이 기를 쓰고 보내려 하고 학교도 부모들 요구에 안 따를 수 없다. 수능 전날까지 창피할 만큼 얼굴이 푸석푸석하던 아이들이 수능 끝나고보니 얼굴에 광채가 나더라. 한 3일 만에 얼굴이 확 피는 걸 보면서 참 안됐다는 느낌, 학교가 뭘 하는 곳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대전 고3 수험생 = 내 꿈은 PD나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 학교를 만들어 지금 학교 시스템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걸 함께 가르치고 싶다. 단순 지식의 암기가 아닌, 인문학이나 철학을 교육에 반영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사실 지금 윤리와사상 과목이 그런 내용인데, 애들은 이 과목을 개X로 취급한다. 또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 예체능이 너무 부실해서 그런지 몰라도 애들의 예술적인 지식이나 소양 같은 게 너무 하향평준화돼 있다. 졸업하고 나서 뭔가가 남는 그런 학교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강남 재수생 = 애들이 먼저 주체가 되는 교육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듣기만 하니까 조는 애들도 많은데 말하게 하면 안 졸 것 같다. 예전에 토론식으로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주체가 되니까 확실히 능률도 오르고, 친구들끼리 협동도 하게 되고 졸지도 않았다. EBS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EBS를 보면서 실력을 쌓기보다는 외우기만 하는 것 같다. 관련 사교육들이 오히려 많이 생겨 사교육 절감도 안되는 것 같다.

송파구 학부모 = 선생님들이 못 가르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수업방식이 객관식이라서 그런 것 같다. 고교평가로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고 학업성취도를 성적표가 아니라 애가 제대로 공부를 했는지 체크하는 방법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교육과정 자체를 의미있게 만들어서 명문대 입시가 곧 성공한 고교생활이라는 등식이 깨졌으면 좋겠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더 많이 믿어주고, 교사들도 사명감을 좀 더 가지고 열심히 일해 주셨으면 좋겠다.

분당 학부모 = 아는 집 중에 요리를 정말 좋아하는 자녀를 둔 집이 있다. 그런데 요리고등학교에 떨어져 일반고에 간 아이가 있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학교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 공부에 관심없는 애들도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고교부터 바뀌어야 입시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 대입만이 목적이 아닌 학교,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의 학교가 아니라 좀 더 의미있는 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 가서 잠자느라 보내는 고교 3년이 너무 아깝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