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승인 2013.04.30  13:00:28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기자]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대학별고사 문제를 출제하는 대학은 재정지원 중단 등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그 동안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선행출제 관리가 법적 강제 차원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교육과정 내 시험문제 출제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선행학습과 관련해서도 시험에서 선행학습 부분에 대해서는 내지 않겠다고 하면 실제로 나오지 않아야 된다”며 “그래야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 질서가 잡히기 때문에 충실하게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법안이며 강력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실은 “특별법안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며 교육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선행출제에 대한 구체적이며 통일된 처벌기준은 없었다. 초중고 단계에서의 선행출제는 시도교육청이 관리감독하고 정도가 심하면 처벌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정기고사의 시험지를 수거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선행출제를 감독해왔다. 하지만 선행출제가 단속돼도 기관경고나 기관주의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왔다.

대학은 처벌근거조차 없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대학자율화를 앞세워 입시전형을 자율화하면서 대학마다 대학별고사를 세분화 하는 등 대입 선행출제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선행출제뿐 아니라 지나치게 다양하고 복잡한 대입전형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여러 차례 해왔다. 선행출제의 경우 특기자전형에서 두드러진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들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입학전형 계획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대학별 고사가 고교 과정을 벗어나 선행학습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되면 시정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련 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삭감 및 중단, 학생정원 감축 등 강력한 제재를 한다.

제정안은 초중고 교육과정은 물론 초중고 입시, 대학 입시 등 선행출제가 문제 될 수 있는 모든 방면에서 선행 유발 요소를 차단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우선 지필평가, 수행평가 등 초중고 시험에서 학생들이 배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지 못하게 했다. 각종 교내 대회 역시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에 포함된 내용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외고나 과고 등 학교별로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특목고는 그 전형내용과 방법이 이전 단계의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특히 학교 밖 경시대회 실적이나 각종 인증시험 성적, 자격증 등을 입학전형에 반영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해당학교의 설립 목적과 특성에 맞도록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구체성을 떨어지지만 외고와 국제고 과고 등은 입학단계에서부터 설립목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근거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은 논구술 면접고사 적성검사 실기시험을 시행할 때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선행교육 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이나 평가가 실시된 것으로 판단되면 교육부 장관 또는 교육감은 시정 명령을 내리고, 해당 교육기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련교원 징계, 해당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 삭감∙중단, 학생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선행학습을 줄이기 위한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도 강조했다. 대학의 장은 실시한 대학별 고사에 대한 선행학습을 유발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영향평가 결과와 다음 년도 입학전형에의 반영계획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그 밖에 제정안은 각급 학교장에 선행교육을 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하는 역할을 하도록 명시했다. 교사는 학생이 사교육에 의한 선행학습으로 학교 수업에 영향이 있거나 신체•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 학부도 등에 조언이나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앞으로는 교육과정 밖에서 시험을 내면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에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공교육 정상화 촉진특별법이 마련되는 셈”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초중고 내신시험은 물론이고 정부가 관리하는 수능, 대학별 고사에도 이 같은 원칙은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은희 의원은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번 법안을 통해 대학별 고사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평가하고 중•고교는 정상적인 교육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고, 학원은 학습기회 결손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새로운 선순환 교육 패러다임이 구축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법안은 빠르면 8월 경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강은희 의원실 관계자는 전망했다.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돼서 8월경 통과한다고 해도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6개월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올해 입시에 적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학들이 올해 전형을 시행하는 데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는 야당과의 입장 차를 좁히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의원 63명이 공동 발의한 이번 법안에는 그러나 학원 등 사교육기관의 선행교습을 금지하는 조항이 빠져 있기 때문.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안에서 학원 등이 선행교습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시 학원 등록을 말소하는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과 대조적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기 위한 것으로 사교육의 선행교습 금지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을 통해 규제하겠다” 밝혔다.

posted by 바로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