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입력 2013.04.07 19:40:52, 수정 2013.04.08 10:10:18

교사·전문가 "특목고에 유리…상위 등급 받기 힘들어"
내년 내신 절대평가 도입…상위권 중학생 유출 불보듯

“일반계고에서 수시모집은 대입의 희망이었는데, 이제 이마저 바라볼 수 없게 됐습니다. 수준별 수학능력시험은 일반계고 죽이기 정책입니다.”

서울 관악구 A고 B교사는 7일 일반계고 위기를 말하던 중 올해부터 도입된 수준별 수능 이야기가 나오자 흥분하며 이같이 말했다. 수준별 수능이란 국어와 영어, 수학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응시자가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주요 과목 응시생이 두 유형으로 갈려 모수(母數·유형별 응시자 수를 의미)가 줄어드는 탓에 일반계고 중상위권 학생이 수능에서 1, 2등급을 받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얘기였다.

더구나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 기준 점수 이상을 득점하면 특정 등급을 부여하는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돼 ‘일반계고에 가면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다’는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B교사는 한탄했다.

교육부가 대입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수준별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제가 일반계고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반계고는 구조적으로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자율고)보다 수능 준비를 하기 쉽지 않다. 특목고와 자율고의 필수이수단위는 각각 72단위와 58단위이지만, 일반계고는 116단위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반계고에서는 수능 맞춤형 교육과정을 준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일반계고는 자율고 설립 이후 중상위권 학생의 ‘탈일반계고’ 현상으로 학력저하가 심화하는 데다 교과 필수이수단위가 많아 수능 준비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 수능 비중이 낮은 수시를 겨냥해 대입시를 지도해왔다.

수시에 지원해 합격하더라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해야 최종 합격증을 손에 쥘 수 있다. 중·상위권 대학에 가려면 대체로 2∼3과목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성균관대 지원전략 설명회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성균관대학교 지원전략 설명회’를 찾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관계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이번 설명회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열려 수험생들의 관심이 컸다.
이재문 기자
지난해까지는 전체 수험생을 모집단으로 해 등급을 나누었기 때문에 2등급 받기가 올해 도입된 유형별 수능보다 쉬웠다. 그러나 2014학년도 수준별 수능부터는 하위권 학생이 대부분 A형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돼 B형 내 중상위권 학생의 등급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상당수 중상위권대가 국어와 영어, 수학 중 2과목 이상을 B형으로 지정해 이런 경쟁은 불가피하다.

B교사는 “수능 경쟁력이 약한 일반계고의 중상위권 학생이 B형에 응시하면 등급이 낮아질 게 뻔하고, A형을 보면 상위권대는 지원조차 할 수 없다”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이사도 “일반계고 2등급 수준의 학생이 수준별 수능에서는 3∼4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014학년도 고교 신입생부터 내신 평가 방법이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뀜에 따라 석차가 중요하지 않아 중학교 상위권 학생이 내신 등급을 올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일반계고를 선택할 이유도 사라진다.

서울 양천구 C고 D교사(수학)는 “40%가량의 학생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데, 무더기로 F등급(100점 만점에 40점 미만)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수업과 시험 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일반계고 슬럼화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절대평가는 학생 간 경쟁의식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지 특목고나 일반계고 등 특정고의 유불리를 겨냥해 만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절대평가가 대입에 반영되는 2017학년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보완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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