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기사입력 2013-03-05 03:00:00 기사수정 2013-03-05 07:37:43

고입 내신 변별력 확보 위해 비교과활동·면접 비중 강화될 듯
자기주도학습전형 대비 사교육 시장 활개 우려

《 지난해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처음 적용한 지금의 중2가 고교입시를 치르는 2015학년도부터 내신이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을 잃고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내신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면서 내신 상위등급 ‘인플레’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이는 ‘신나는 공부’가 입시전문 ‘하늘교육’과 함께 교육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서울지역 중학교 308곳의 중1 1학기 영어 내신 성적을 분석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

 

 

서울소재 중학교 308곳의 1학년 성적을 분석한 결과, 영어 과목에서 A등급(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외국어고 및 국제고 모집정원의 13배였고, 국어 영어 수학 3개 과목의 평균이 A등급인 학생도 전체의 19.7%에 달했다. 외고와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의 ‘자기주도학습전형’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내신의 영향력이 사실상 사라진 셈.

이에 따라 고입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진로, 봉사, 독서 등 비교과 활동 서류평가와 면접의 비중이 강화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벌써 사교육 시장에는 이런 변화를 노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중1 때부터 3년간 ‘스펙’을 관리해주는 특별반과 100만 원이 넘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비교과 활동 컨설팅이 활개를 치는 등 고입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인다.


영어 A등급 많은 상위 10개교… 국제중, 강남지역이 절반

서울의 경우 중1 1학기 영어 내신 성적에서 A등급을 받은 학생은 총 10만592명 중 2만5920명(25.8%)으로 서울지역 외고와 국제고의 2013학년도 모집 총정원 1976명의 13.1배에 달했다. 이들 학교는 영어 내신만으로 1단계 합격자를 결정한다. 특히 영어 내신 A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10위권 중학교 중 절반은 국제중과 서울 강남, 서초지역 중학교로 나타났다. 대원국제중이 87.1%, 진선여중이 58%, 영훈국제중이 55.6%로 각각 1∼3위였다.

한편 국어 영어 수학 3개 과목의 평균이 A등급인 학생의 비율도 서울지역 학생 전체의 19.7%로 나타나 하나고, 민사고 등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자율형사립고 입시에서도 내신이 변별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2013학년도 서울지역 외고의 1단계 영어 내신 성적 합격평균은 1.6등급 정도로 내신 상위 8% 내외였지만, 성취평가제를 도입한 뒤로는 A등급을 받는 학생 평균이 25%를 넘어 변별력이 사라졌다. 비교과 활동이 합격에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2014학년부터 고교에도 성취평가제가 도입돼 내신의 불리함이 사라지면 특목고 경쟁률은 5 대 1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중1 1학기 국영수 A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50개교 (서울지역, 2012학년도)

‘내신 부풀리기’ 심화될 가능성 높아

많은 교사들은 내신 A등급을 받는 학생의 비율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 서울지역 중학교 김모 교사는 “다른 학교보다 A등급 학생의 비율이 낮으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쉽게 내거나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간접적으로 알려주게 될 것”이라면서 “2000년대 초반에 내신 5등급(수∼가) 절대평가를 할 때 심각했던 ‘내신 부풀리기’가 되풀이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A등급 학생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고입에 유리하도록 일선 학교가 ‘내신 부풀리기’를 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사교육 억제 정책의 일환으로 학교 시험문제를 쉽게 내도록 강요해왔기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A 교감은 “교과 선행문제를 내지 말고 교과서에서만 시험을 내라는 교육청 지시에 따라 교사들과 협의해서 시험문제를 쉽게 냈더니 중1 영어 내신 B등급 이상 학생의 비율이 80%가 넘었다”면서 “평균 점수나 백분율만을 보고 내신을 부풀렸다고 단정하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스펙관리 사교육 활개


특목고와 자사고 입학담당자들은 “내신이 무력화되면 학생 선발과정에서 서류와 면접 평가의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지역의 한 외고 B 교감은 “그동안 내신 성적만으로 1단계 합격자를 2배수 내외로 선발했는데 내신 변별력이 사라지면 서류평가를 토대로 면접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교육 시장엔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라 특목고가 다시 주목받고,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대비해 준다는 컨설팅 업체와 개인과외 및 학원 특별반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중심으로 자기주도학습전형 대비 컨설팅을 하는 C 씨는 “기본 컨설팅은 3시간씩 총 4회에 100만 원”이라면서 “학생의 꿈에 맞는 봉사활동, 참가할 만한 대회 등을 추천해준다. 추가비용을 내면 더 구체적인 스펙 준비방법과 서류 작성법 지도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학원에는 중1 때부터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대비하는 한 달 수강료 38만 원짜리 특별반도 생겼다. 수학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체험, 봉사, 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지망희망 학교의 특징에 맞춰 학원이 관리해준다. 이 학원은 학생들과 유명 특목고를 찾아가 투어를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학원의 D 원장은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서 특목고 입시에서 내신 전교 1등과 50등의 차이가 없어졌다”면서 “학원 프로그램으로 1학년 때부터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며 3학년 때는 서류 작성과 면접 준비까지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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