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기사입력 2013-05-07 03:00:00

[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관심분야에 대한 일상 속 고민을 강조하세요”


이윤경 씨(19·경기 의정부여고 졸)는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전형인 UOS포텐셜전형으로 국어국문학과 13학번이 됐다. 이 씨의 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올바른 국어문법을 알리고 표준어 규정을 연구하는 국립국어원의 연구원이 되는 것.

총 2명을 선발한 지난해 UOS포텐셜전형 국어국문학과의 경쟁률은 무려 21 대 1. 높은 경쟁을 뚫고 합격한 이 씨는 최상위권의 교과 성적과 화려한 ‘스펙’을 지녔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의 자기소개서에는 그 흔한 교내 동아리활동 기록 하나 없다. 눈에 띄는 교내 대회 수상 실적도 없다. 내신 성적도 평균 3등급 정도로 다른 지원자에 비해 높지 않았다. 과연 이 씨의 합격 비결은 무엇일까?


‘국어 가족’ 스토리로 ‘진정성’ 부각

이 씨의 합격비결 한 가지를 꼽는다면 타 지원자에게 결코 밀리지 않을 만큼 국어에 대해 뚜렷한 관심을 지녔다는 점. 이 씨는 국어연구원의 꿈을 갖기까지의 과정을 가정환경과 엮어 설명했다.

자기소개서에서 성장과정을 묻는 질문에 단순히 ‘부모님에게서 성실성, 책임감 등을 배웠다’고 서술하는 상당수 지원자와 다른 점이었다.

실제로 이 씨는 그의 가족을 통해 국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고교 국어 선생님인 아버지는 늘 수업 준비를 위해 문학작품을 가까이했고 한 집에 거주한 외할머니는 다양한 고유어와 고어, 사투리 등을 즐겨 사용했다.

“할머니에게서 ‘철갑하다’ ‘척척하다’ 같은 생소한 단어를 들을 때마다 사전을 뒤져봤는데 예전 의미와 많이 달라진 것도 있었고 사전에 아예 등재되지 않은 단어도 있더라고요. 왜 그런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러한 관심이 커져 교열가를 꿈꾸게 됐고 이후 표준어를 규정하고 문법, 어휘를 연구하는 국어연구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이 씨)


‘무(無)전략’이 전략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꿈을 먼저 정하고 그것과 연관된 학과를 설정해 놓은 뒤 해당 학과와 관련된 활동을 하나씩 찾아서 실행한다.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하는 이 씨의 친구도 블로그 기자단, 1박2일 전공체험 캠프, 모의 면접 등 큼직큼직한 활동을 하는 모습에 이 씨 역시 ‘나는 입학사정관전형 지원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3 때 지나온 고교생활을 돌아보니 ‘국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있었음에 주목한 이 씨. 평소 단순한 관심으로 했던 활동을 모으니 ‘국어 어휘’와 관련한 자신만의 탐구활동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찾기 위해 항상 사전을 뒤지고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립국어원에 직접 문의했던 경험, 아버지와 국어 표기법에 대해 수시로 토론을 펼친 이야기, 친구들의 논술 첨삭을 도와줬던 경험 등은 사소하지만 지망전공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소재가 됐다.


국어 관련 ‘깨알’ 궁금증이 무기

서울시립대 UOS포텐셜전형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을 추천한 이유’를 작성하는 항목이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홍보하는 문항. 그래서 많은 지원자가 이곳에 지원학과와 관련된 성취, 즉 ‘스펙’을 써넣는다.

눈에 띄는 스펙이 없는 이 씨는 과연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어필했을까. 답은 국어에 대한 생생한 ‘궁금증 ’.

“‘복숭아뼈’ ‘흙담’ 등의 단어가 지난해 새롭게 표준어로 규정됐다는 뉴스를 보고 곧바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떤 단어가 새롭게 표준어에 속하게 되었는지를 확인했어요. 이를 보며 ‘이건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왜 들어갔지?’ ‘그것보단 ‘이쁘다’처럼 더 자주 사용하는 단어의 규정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등을 고민했죠.”(이 씨)

이 씨는 “국어에 대해 가진 고민과 궁금증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해야 한다는 의지를 자기소개서에 어필했다”는 말로 자신의 합격 비결을 자평했다.


▼ 김재우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 “사소한 자신만의 경험도 특별한 스토리가 됩니다” ▼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진행한 입학사정관전형인 UOS포텐셜전형과 UOS학교생활우수자전형, 글로벌리더전형을 통합해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명칭을 바꿨다.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자기소개서, 교사의견서, 학생부) 100%로 정원의 3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전공적성평가 100%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과연 이 씨는 어떤 경쟁력으로 평가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김재우 서울시립대 입학사정관의 설명을 들어보자.


사소하지만 자기주도적인 학습활동에 주목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의 기본 항목인 ‘성장환경’ 관련 항목. 지원자 입장에서는 왠지 지망전공에 관심에 갖게 된 특별한 계기를 서술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 과연 그럴까.

평가자의 답은 노(No). 특별함은 중요하지 않다. 지원자가 진로 목표를 설정하게 된 과정이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설명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

이 씨의 경우 잘못 쓰이는 우리말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거나 외할머니가 사용하는 방언의 뜻을 찾아본 사소한 사례만으로도 진로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충분히 증명했다는 평가다.

김 입학사정관은 “표준어 하나가 새로 등록되면 ‘이 단어는 굳이 표준어로 등록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것 말고도 표준어로 채택할 단어가 많을 텐데’ 같은 문제 제기를 했다는 자기소개서 내용에서 이 씨가 국어를 꾸준히 탐구하는 학생임을 볼 수 있었다”라며 “헷갈리는 단어가 있으면 즉시 사전을 찾아보거나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는 등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한 모습에서 국어에 남다른 관심을 지닌 학생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설득력 있는 학업계획 돋보여

같은 전공에 지원한 수험생 사이에서도 자기소개서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항목이 바로 학업·진로 계획. 적지 않은 지원자가 명확한 학업계획이 없어 이 항목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부족한 점을 대학에서 어떻게 보완해나갈지 서술하는 방법으로 평가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이 씨의 경우 ‘자신의 목표는 한국어 문법과 어휘를 우리나라 국민이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하겠다’는 내용으로 학업계획을 작성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이 씨의 경우 진로와 학업계획을 잘 연계해 설명한 데다 체계적인 계획도 세운 점에서 국어국문학 전공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정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학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에 ‘점수’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가 선발하려는 인재상은 ‘언어능력이 출중하고 문학 전반에 관심이 많은 학생’. 외국어 능력도 언어능력에 한 범주이기 때문에 이 씨의 경우 학생부에 기록된 일본어 교과 우수상, 일본어 교과 경시대회 수상 등 경력이 자신의 언어능력을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편 김 입학사정관은 “전광용의 소설 ‘꺼삐딴 리’를 읽고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봤다는 이야기, 수업시간에 문학을 배울 때 학생들에게 판에 박힌 해석이 요구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는 스토리에서 이 씨가 문학을 대할 때 적극적인 사고를 펼쳤음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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