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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경시대회 인증 안돼!'...입학사정관제 정부 가이드라인 제시

[베리타스알파] 승인 2013.05.07  18:44:05

[베리타스알파 = 이우희기자]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올해 지원대상 선정평가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게 감점을 주겠다는 방침을 8일 밝혔다. 사정관제 지원대상대학 선정 평가에서 감점항목이 도입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부터 100%입학사정관제로 운영되는 서울대 수시를 포함 올해 수시의 18.7%(5만명 상당)를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 응시 학생들은 그동안 논란을 일으켜온 올림피아드를 포함한 경시대회와 어학인증을 제출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그동안 입학사정관제에 관해 여러차례 밝힌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시장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확인사살용'으로 보인다.

 

8일 교육부와 대교협이 ‘2013년 대학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지원 사업’에 명시한 가이드라인은 ▲유사도(표절) 검색시스템 및 유사도 검증 가이드라인 준수 ▲공인어학성적 및 교과 관련 교외 수상실적을 제출할 수 없음을 모집요강에 명시 ▲자기소개서 및 교사추천서 공통양식 활용이다.

가이드라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경시대회와 어학인증 제출 금지를 모집요강에 명시하라는 내용이다. 사정관제의 경시대회 어학인증 반영 여부는 지난 2010년 대교협이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제시한 이후 끊임없이 논란이 돼 온 사항. 대교협 공통기준에는 반영하지 못하도록 명시했지만,일부대학에서 자기소개서 증빙서류 형식으로 경시대회와 어학인증 실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교협 김병진 입학지원팀장은 “(경시대회 반영 논란은)사정관제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단점으로 가장 강하게 지적돼 온 부분”이라며 “앞으로 그런 부분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감점항목을 신설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정관제 가이드라인 제시가 경시대회 반영을 통해 사교육을 유발해왔다고 오해를 받아온 데 대한 대책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는 “2010년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마련할 당시 대학들은 경시대회와 어학인증을 반영하는 전형은 특기자전형으로 분리했다. 지금도 사정관전형을 공교육 중심으로 운영하자는데 대해서는 대학들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다만 자기소개서 양식이나 증빙서류 목록 요구로 인해 교외활동도 제출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문제가 있어왔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2014학년 입시에서부터 사정관제 운영에 이번 조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논의돼 온 사안으로 몇몇 대학은 발 빠르게 경시대회 어학인증 제출금지를 요강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관통하는 핵심은 입학사정관제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유도하겠다는 원칙이다. 김 팀장은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용 이외에는 제출을 금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학생부에 기재가 허용되는 내용이라면 쓸 수 있고 아니라면 제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연계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올림피아드와 KMO 등에 관해서도 학생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김 팀장은 “올림피아드 역시 학생부가 기준이다. 올림피아드는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증빙서류 목록으로도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자연계열 중심으로 논란이 되어온 올림피아드나 KMO역시 입학사정관제에서 배제된 셈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제시로 가장 관심을 끄는 대학은 서울대. 모집인원 83%를 100%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울대 수시 전형(일반 , 지균)은 인문계열 자연계열 할 것 없이 어학인증, 경시대회는 물론 올림피아드 KMO를 제출하기 힘들 전망이다.

실제 서울대 입학처의 김경범 교수는 올해 전형계획안에서 공인어학성적과 AP는 반영하지 않겠다고 명시했지만 경시대회를 증빙자료로 제출하지 말라는 문구는 들어 있지 않아 말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모든 경시대회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전국단위 자사고 교사는 “올림피아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전혀 못쓰게 돼 있다. 다만 증빙서류 형식으로 제출해 왔는데, 최근에는 대학들이 자기소개서에는 물론 증빙서류 목록으로도 쓰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라며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사정관제 운영상의 맹점을 활용한 사교육의 입시왜곡에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와 대학의 전형 운영 방침을 왜곡하는 사교육으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사교육 업체 쪽이 자꾸만 왜곡을 해나가면 피해자는 학부모와 학생이다. 사정관제 뿐 아니라 입학에 대한 모든 것들을 사교육이 오도하는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아무리 정부의 입장 홍보해도 진의를 왜곡하는 사교육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장 좋은 건 학교의 진학지도교사들 적극적인 협조”라며 “학생부를 중심으로 한 사정관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여러 방면에서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하지만 우선 진학지도교사들이 전형의 도입 취지에 잘 따라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감점 항목 신설을 통한 대학들의 협조 유도에 대해 김 팀장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종합 평가 100점 만점에 5점 감점이면 재정지원 사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대학에겐 감점으로 인한 타격이 크다. 사정관제는 기본적으로 정부 재정지원으로 이뤄지는 사업인데다, 대학들도 사정관제의 공교육 중심 운영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므로 유도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사정관제 지원 기본계획을 ‘전형 내실화’에 두고 있다. 전형 내실화를 위한 조치는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 선정 평가시 최대 5점까지 감점을 준다. 정부는 “사업계획서에 가이드라인이 반영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여 항목당 2점, 총 5점의 범위 내에서 감점한다”고 밝혔다. 재정지원대상 평가에서 감점은 곧 재정지원 중단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입시에서부터 대학들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대교협은 전망했다. 교육부 역시 “사업계획서에는 이행하기로 하였으나, 실제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사업비 일부를 환수할 계획”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교육부는 나아가 지난 5년간 지원 받은 대학을 재평가해 기준에 못 미치면 탈락시킨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최초선정(시범운영 기간 제외)돼 지난해까지 총 5년간 지원받은 대학에 대해 종합평가해, 하위 20%이면서 평가점수 60점 이하인 대학은 올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종합평가를 통과한 대학의 경우에도 신규신청 대학과 경쟁을 거쳐 올해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대학의 책무성 확보를 위해 국고보조금 6억원 이상 신청대학의 대응투자 비율은 기존 85대 15에서 올해 80대 20으로 높아진다.

실제 지난 2011년 서울대와 고려대 등 5개 대학이 2011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지침을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당시 교과부(현 교육부)와 대교협은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선정대학 60개교를 대상으로 한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 수시·정시 모집 요강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대 고려대 KAIST GIST대학 가톨릭대 5개 대학에 지급한 지원금 3억9000여만원을 회수했다.
 
당시 서울대는 일부 특기자전형에서 예체능 외부 수상실적을 제시하도록 해 공통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카이스트 역시 지원자들이 TOEFL, TOEIC 등의 공인영어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위 학교는 지적받은 내용을 모두 시정했다. 교과부의 조치 이후 서울대는 특기자전형을 일반전형으로 바꾸고 수시를 100%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입시체제의  대대적인 개편을 실시했다. 올해 AP와 경시대회 어학인증점수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형안내를 홈페이지에 올린데 이어 입학설명회를 계기로 FAQ와 배포자료를 공개하고 경시대회와 인증의 오해에 대해 적극적 홍보에 나섰다.

한편, 교육부와 대교협은 2007년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올해 사정관전형 지원사업 예산은 사상 최대인 395억원. 사정관제 지원 예산은 지난 2007년 20억원에서 2008년 157억원, 2010년 350억원, 2011년 351억원, 2012년 39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결국 지난 3월 한 언론의 보도로 불거진 사정관제 폐지 논란에도 사상최대의 예산이 책정된 것은 사정관제에 대한 정부의 신뢰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올해 사업유형은 일반대학 지원과 교원양성대학 지원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대학 지원사업의 경우 58개교 안팎에 총 351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교당 지원금액은 1억~20억원 안팎이다. 교원양성대학 지원사업의 경우 18개교(에 교당 1억~4억원씩 총 26억원이 지원된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6월초 지원대상 대학을 최종 선정할 계획. 교육부는 오는 8월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임에 따라 내년도 사업의 경우 재설계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지원대상 대학 수를 늘리며 입학사정관을 활용한 전형이 양적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한 데 비해 올해에는 질적으로 내실있게 운영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