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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사정관제

[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대입 입학사정관제는 애물단지?

[동아닷컴] 기사입력 2013-04-09 03:00:00 기사수정 2013-04-09 07:49:05

‘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 캠페인


동아일보DB

《 ‘신나는 공부’는 오늘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20개 주요 대학 입학처와 함께 ‘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와 일선 교사에게 대입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입니다.

이번 캠페인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등 총 20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매주 이들 대학에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과 해당 대학 입학 담당자의 인터뷰가 소개됩니다. 》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뜨겁다.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모집인원을 축소하거나, 전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입학사정관제의 순기능이 많은 만큼 부작용을 보완하며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는 ‘양날의 칼’과 같으므로 장점을 살리면서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

교육현장에는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일부 부작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입학사정관제 도입한 뒤 진로교육 활성화

일선 고교와 학생들이 진로활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면서 동아리 및 각종 체험활동에 적극 나서는 점은 입학사정관제 확대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다.

특히 최근엔 학생이 직접 동아리, 봉사, 관심분야 학습 모임 등을 만드는 경우가 늘었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만들며 적극성과 리더십을 보여 주면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조대휘 인천 인제고 진학지도상담 교사는 “1학년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 늘었다. 진로목표가 뚜렷한 학생에게 유리한 입학사정관전형의 선발 인원이 늘어나면서부터다”라면서 “우리학교 1학년 학생들은 3월 한 달간 담임교사와 상담하고, 진로특강을 들은 뒤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동아리에 가입한다”고 말했다.

뚜렷한 진로목표를 가진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들은 대학 입학 뒤에도 다른 학생과 비교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여 준다. 한양대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2학년도 3년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한양대에 합격한 학생의 학점평균은 3.43(4.5만점)로 정시모집 일반전형 합격생보다 0.16 높다.

이정은 한양대 입학사정관은 “각 학과의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이라면서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는 비율도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이 정시모집 합격생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펙경쟁’ 과열… “합격엔 도움 안돼”

대입 입학사정관제를 둘러싼 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 비교과 활동 ‘스펙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작됐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일부 상위권 대학은 스펙이 화려한 학생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됐다.

경기지역 고3 임모 양은 “친구들이 동아리 활동 이력을 계속 늘리는 걸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그동안 교내외 동아리 활동만 4개 이상을 했고 얼마 전 중국어 잡지를 만드는 전국연합 동아리에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는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된 이력을 쌓기 위해 교외에서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며 비교과 활동을 마련한다. 서울의 고3 조모 군은 “학생들 사이에는 돈이 많은 집안의 학생들이 입학사정관제 합격에 유리하다는 소문도 있다. 해외 봉사활동처럼 남들이 갖추기 어려운 스펙을 쌓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교내활동을 제외한 불필요한 교외활동은 합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박정선 연세대 선임입학사정관은 “일부 합격생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그 학생이 했던 활동을 ‘모범답안’처럼 따라 하는 학생도 생겼다. 특히 합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교외대회 수상실적과 공인어학성적이 합격을 위해 필요한 ‘스펙’인 것처럼 소문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비교과 활동의 양이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활동을 했다는 차별성 자체는 직접적인 평가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김모 교사는 “아직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른 채 인터넷과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한다”면서 “입학사정관제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단 정보가 부족해 혼란과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형 3000개 넘어 혼란 vs 수업태도 좋아져

대입 수시모집의 전형 이름이 대학마다 달라 3000여 개에 달하는 점도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전형의 이름이 다양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진학담당 교사들조차 대응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부산지역 고3 딸을 둔 어머니 김모 씨는 “전형이 복잡해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입학사정관전형이 무엇인지 찾기 쉽지 않다”면서 “주로 고3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학원에서 여는 대입설명회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잖은 입시전문가들은 “전형이 3000여 가지라고 알려져 있지만 결코 복잡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름만 다양할 뿐 각 전형의 선발방식을 특징별로 재분류하면 3, 4가지 유형으로 줄어든다는 것.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의 오모 교사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입학사정관제 관련 연수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정보가 없어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는 말은 변명”이라면서 “과거엔 ‘수능만 잘 보면 된다’고 생각해 학교 수업시간에 자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담임 및 교과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부 내용이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