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하나고 진학지원실장은 “1인 2기와 동아리 활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입시와는 당장 거리가 멀다. 이런 이유에서 불만도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요소를 만들어 줬다”고 자평했다.
이런 방식 덕분에 하나고는 첫 졸업생의 절반을 수시모집에서 최상위권 명문대에 합격시켰다. 다음 달 졸업하는 학생 200명 중에서 126명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KAIST 포스텍에 합격했다. 중복 합격을 감안해도 100명가량이 이 5개 대학에 진학한다.
해외 대학에 진학하려는 20명을 제외하면 55%가량의 학생이 수시모집으로 국내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확정지은 셈이다. 정시모집 결과가 다음 달 발표되면 합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고는 자율형사립고로 2010년 문을 열었다. 정원이 적어 상위권 학생도 3등급(전체 9등급) 수준에 그친다. 내신 비중이 큰 수시모집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좋은 결과를 만든 데 대해 교육계는 자사고의 특성을 활용해 수시전형에 적합한 교과과정을 만든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런 성과를 사교육 없이 달성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교생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외출이나 외박은 한 달에 한 번만 허용된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수시에 대비했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입학하는 은다인 양(19)은 “수능이 끝난 뒤에도 기숙사에서 4명이 조를 짜 모의면접을 해보는 방법으로 수시전형을 준비했다”며 “사교육 없이 대입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하나고 사례는 입학생 자체가 우수했다는 ‘선발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자사고가 수시모집을 잘 공략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입시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교육당국 역시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자사고는 2010년 고교 다양화를 목표로 출범해 전국에 49개교가 있다. 입시교육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일부 학교는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를 빚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자사고들이 점점 자리를 잡으면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교육과정이 충실한 학교, 과학·예술 융합교육에서 앞서가는 학교 등으로 각자의 특색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