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ㆍ사정관이 보는 사정관제
사립대학에서 올해 직접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했던 김모 교수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났을 때 가슴에 쌓인 말이 많았다. 그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특정 분야에 잠재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뽑히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자료가 믿을 만한 것인지 아닌지부터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며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들에게 독립성과 전문성, 도덕성, 책임성이 필요한데 현재 입학사정관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맞춰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오기 때문에 학생들이 써낸 봉사활동 실적을 봐도 실제로 했는지 안 했는지 구분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수상실적 등 포트폴리오는 학생이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가 만들어줄 수 있다고 보지만 대학이 이를 명확히 검증하고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현실에서는 교외 수상실적이나 모의고사 성적, 특목고 출신 여부 등이 지원자를 판단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학생부에 교내 수상실적만을 기록하게 돼 있지만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 교외 수상실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 나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교외 수상실적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모의고사 성적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 대학은 고등학교 교사들을 통해 전체 학생들의 평균 수준만을 확보해 참고하고 있지만 다른 대학들은 개별 모의고사 점수를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확보한 데이터도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포함돼 있는 면접도 전적으로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 있어 전문성이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서류에 있는 내용과 실제 학생을 인터뷰하면서 나오는 차이점을 10여분의 짧은 면접 시간에 다 판단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경험이 별로 없는 입학사정관도 많고, 입학사정관제 면접만으로는 학생들의 변별력을 산출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김 교수는 “공교육 활성화와 사교육비를 절감하려고 도입한 입학사정관제인데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개편한 뒤에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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