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지부(完九之斧 : 완구의 도끼)
마침내 어제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월 17일에 우여곡절 끝에 제43대 국무총리로 취임한 지 63일만이다. 사실 이완구 총리의 지명은 애초부터 정홍원 총리가 ‘4.16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두 차례의 총리지명 실패에 대한 청와대의 국정 공백 위기 의식에서 나온 함량 미달의 인사였었다. 즉, 현역 국회의원 신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를 염두에 둔 얄팍한 꼼수 인사였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이완구 총리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차남에 대한 증여토지 투기 의혹’이나 ‘박사 학위논문의 표절 의혹’,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의 “자신이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수가 있어”라는 지극히 오만하고 권위적인 언론 외압성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는 데도 불구하고 국회인준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사실 이정도 의혹을 가진 지명자가 학계나 관료 출신 인사였다면 현재 국회의 인사청문회 검증 수준과 잣대로는 결코 청문회 문턱을 통과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 총리는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여 엄벌할 것이다. 부패에 관한 한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다.”고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고 성완종 경남회장의 말마따나 부패척결의 제 1 대상이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외친 것이다.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치적 사건 때마다 정권담당자들이 써왔던 이 ‘부패척결’이라는 4자 성어는 더 이상 그 본래의 의미로 들리지도 않는 수준의 단순한 선전구호일 뿐일 터이다.
삼국지의 위나라 장수 가운데 대부(大斧:큰도끼)를 잘 쓰는 서황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그가 어찌나 용맹하게 도끼를 잘 휘두르는 지 삼국지는 ‘서황의 도끼 솜씨는 신기(神技)에 가까워 한차례 원을 그릴 때마다 수십 명의 수급이 잘려 어지럽게 날아갔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용맹하지도 충성스럽지도 못한 이완구 총리가 보는 이들 모두가 불안해하는 데도 어설픈 솜씨로 ‘부패척결’의 큰도끼를 휘두르다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
먼 훗날 사기를 기록하는 사관이 있어 다음과 같이 쓸지도 모른다.
완구지부(完九之斧) : 21세기 초엽 대한민국의 18대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이완구라는 욕심 많은 국무총리가 있었는데, 그는 바라고 바라던 총리의 자리에 앉자마자 ‘부패척결’의 구호를 내걸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이 더 부패한 정치인임이 만천하에 드러나 제일 먼저 자신이 휘두른 도끼에 제 발등을 찍고 낙마하였으니, 이후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된 것은 인정치 않고, 남의 잘못만을 훈계하려는 행동’을 일컬어 완구지부라 하였다.
바로코리아(오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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