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기사입력 2013-04-23 03:00:00
서울대 일반전형으로 사회과학대학 심리학과 합격한 홍석훈 씨
2013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의 모집인원은 총 1744명이지만, 전국 고등학교의 수만 2300여개에 달한다. 전국의 각 학교에서 전교 1등만 지원해도 모집정원을 훌쩍 넘는 것. 이 때문에 ‘학교 시험에서 단 한 번이라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서울대 합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다.
2013학년도 서울대 일반전형으로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계열 심리학과에 최종 합격한 홍석훈 씨(19·서울 서울고 졸)는 고1 때까지만 해도 내신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다. 고1 첫 중간고사에서 수학 59.9점, 영어 87.7점을 받았다.
홍 씨가 지원한 심리학과는 12명 모집에 177명의 지원자가 지원해 14.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홍 씨의 합격비결은 무엇일까.
논문스펙? 결과보단 과정이 빛나
홍 씨는 고1 때 게임중독에 빠진 친구를 돕다가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뒤 고2 때 ‘긍정심리가 고등학생 성적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심리학 관련 소논문을 쓸 정도로 전공목표 활동을 심화시켰다. 그렇다고 홍 씨의 사례를 보고 ‘드라마틱한 진로계기가 있어야 한다’ ‘논문작성 같은 스펙이 필요하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나 성과위주의 ‘스펙’이 아닌 지원자가 관심분야를 찾아 발전해나가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어떤 잠재력을 보여주었는가 하는 점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홍 씨는 우연한 계기로 생긴 호기심을 발전시키며 심리분야 연구를 했다. 고2 때 학교 방과 후에 진행되는 영재학급에서 ‘긍정 심리가 고등학생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새터민 청소년의 심리적 적응과 문화적응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홍 씨의 활동에서 주목할 점은 논문을 쓴 ‘스펙’이나 논문 내용이 매우 뛰어났다와 같은 ‘성취’부분이 아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노력한 점과 깊이 고민한 흔적들이 묻어있다는 점이다.
홍 씨는 긍정심리와 관련된 논문을 10편 넘게 찾아 읽고, 자신의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음료수를 사주며 설문조사를 했다. 논문을 쓸 때는 학교공부와 병행하며 하루 3시간을 잤다.
면접에서 홍 씨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가진 학생이 성적도 좋다’고 가설을 세웠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기 때문에 연구 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문을 쓴 뒤 부모님과 주위 선생님들에게 같은 지적을 받고 이미 고민했던 부분이라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어요.”(홍 씨)
공인어학성적 공부할 시간에 학교공부 충실
홍 씨는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한 눈을 팔지 않고 학교공부에 집중하며 성적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그라고 ‘스펙 쌓기’에 대한 유혹이 없었을까. 인터넷 카페에 합격생들의 ‘스펙’을 공개한 내용을 보면 합격생들에겐 텝스, 대학과목선이수(Advanced Placement) 성적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고는 텝스 800점, 외고는 85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있었어요. ‘남들이 가진 스펙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마음에 불안했지만 학교공부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홍 씨)
학교 공부에 집중했다. 1학년 1학기 평균은 수학 68점, 영어 87점이었지만 2학기 평균은 수학 85점, 영어 94점으로 올랐다.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인문계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2학년 2학기는 전 과목 1등급. 결국 홍 씨는 내신 평균등급을 1.3등급까지 끌어올렸고, 이런 발전의 모습을 자기소개서에 담았다.
선생님·부모님에 자소서 보여주며 객관화
홍 씨는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신의 활동경험을 누가 보더라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다. 홍 씨는 학교 선생님, 부모님,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소개서를 보여주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물었다.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읽고 느끼는 감정은 입학사정관 같은 전문가나 저희 부모님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공통적으로 ‘각 항목의 문장이 잘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죠. 이런 지적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내용을 계속 보완해 자기소개서를 완성했어요.”(홍 씨)
▼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교내활동이 중요… 공인어학성적, 반영 안 해” ▼
서울대는 2014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정원 내)의 82.6%인 2617명을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수시모집 일반전형은 가장 많은 1838명(58%)을 뽑는다.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서류평가(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기타 증빙서류, 학교소개자료 등) 100%로 1.5∼3배수 이내의 인원을 선발한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50%와 면접 및 구술고사 50%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사범대학, 자유전공학부 제외). 미술대학과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제외한 모든 모집단위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박재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이 밝히는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소개한다.
오해1. 공인어학성적, AP성적 반영?
서울대는 최근 발표한 ‘2014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안내’ 자료에 공인어학성적, 국내 고교 전과정 이수자의 AP성적 등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처음 명시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기타 증빙서류’에 제출할 수 없더라도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의 서류에 얼마든지 공인어학성적이나 AP성적을 녹여낼 수 있으며, 이는 평가에 반영된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황. 박 본부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텝스, AP, 한자자격증 등이 일절 없이 합격한 학생도 많다. 결과론적으로 일부 합격생 중에 특정 이력을 제출한 학생도 있었으나 그것이 해당 학생이 합격한 이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해2. 이젠 예체능 ‘스펙’까지 필요?
서울대는 2014학년도부터 서류평가방법에 ‘예술·체육활동을 통한 공동체 정신과 교육 환경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일각에선 이젠 서울대에 가려면 예체능 ‘스펙’까지 갖춰야 하는 것이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본부장은 “교외 활동 및 예체능 분야의 수상 이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독특한 예체능 활동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것. 친구들과 축구나 농구,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있었던 일, 학교 체육대회와 합창대회 등에서 경험한 예체능 활동 등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예체능 활동이라도 관계없다. 박 본부장은 “지원자가 교내 교육과정에 따른 예체능 활동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면 소속 학교와 운영 예체능 프로그램에 따른 평가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오해3. 진로와 직결되는 책 읽어라?
서울대 지원자들은 자기소개서에 ‘본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3권과 그 이유’를 적는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진로와 직결되는 책을 기재해야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선 지원학과와 모집단위에 맞춰 읽을 책을 ‘기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가자를 의식해 자신은 흥미가 없는 고전을 읽거나, 지원 전공분야와 관련된 대학전공 수준의 책을 읽었다는 내용을 쓸 필요는 없다.
박 본부장은 “왜 그 책을 읽게 됐는지, 읽고 나서 무엇을 생각하게 됐는지, 해당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됐는지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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