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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사정관제

[기고]입학사정관제와 대학의 변화

[뉴스1] 입력 2013.04.26 14:20:00

(대전=뉴스1) 박지선 기자= ■김겸훈 한남대 입학사정관


입학사정관제가 시행 5년 만에 공정성·신뢰성 위기와 사교육 조장의 주범으로 내 몰리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어떤 제도이든 간에 시행착오를 거치고 사회적 지지를 획득해 정착하기까지는 적어도 10여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함을 상기하면, 당연한 통과의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고3 수험생이 이 제도의 실질적 첫 적용 대상자라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이 제도에 맞춰 지난 5년간 준비해 온 그들 앞에서 시행도 해 보지 않은 채 폐지를 운운한 것은 매우 성급한 처사였기에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혼란은 소영웅주의와 한탕주의가 빚어낸 촌극이라 웃어넘기기에는 문제제기 방법도 치졸했다.


◇대학의 재정압박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

입학사정관제는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등장했다. 당시 미국 사회는 남북전쟁 이후 19세기 말부터 산업혁명으로 본격화된 2차 산업의 부흥을 위해 추진한 이민정책 때문에 동유럽 출신의 유대인 이민자가 급증했다.


이민자녀들은 학업능력이 뛰어나서 당시 성적만으로 선발하던 소위 명문대학(아이비 리그)을 석권한 반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뒤지는 자국민 자녀들은 입학기회가 축소 또는 상실되는 부작용을 경험한다. 그 여파로 명문대학들은 기부금이 감소해 재정압박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즉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성적은 뛰어나지만 가난한 이민자녀는 합리적으로 배제하는 대신에 학업능력은 좀 뒤지는 돈 많은 기부자의 자녀로서 미래의 지도자나 기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국학생을 선택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경우 고교시절 체육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학생이 대학에서의 적응력도 좋고 졸업이후 모교에 대한 충성도도 높았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성공사례로 종종 일컬어지는 사람이 바로 미국 제43대 대통령을 지낸 조시 부시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화두로 국내 도입

우리나라 입학사정관제의 도입배경은 좀 다르다. 당시 우리 사회의 화두는 공교육 정상화였다. 그 배경에는 과열된 사교육과 황폐화된 중등교육 및 만연한 학력 학벌주의의 극복에 대한 강한 요구가 있었다. 우리 명문대학들도 기여입학제를 염두에 둔 학생선발 자율권의 회복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한편 우리 기업은 지식정보사회의 경제사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와 대학에 다양한 창의적 인재육성을 주문했다. 설령 고교나 대학에서 그런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자 해도 성적중심의 대학입시환경이 장애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참여정부는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획일적 대학입학 선발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공교육의 활성화와 다양한 인재의 출연이 가능하다고 봤다. 우리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고교와 대학의 교육환경을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가져온 변화

지난 5년간의 우리나라 입학사정관제 운영성과를 볼 때 실제적인 면에서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기준을 다양화했고 특히 신입생을 위한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수요자중심의 교육환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종래에는 대학들이 수능이나 내신 성적만으로 선발했기 때문에 고교에서 교과수업 이외의 어떤 교과외활동도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성적과 함께 특기와 적성까지도 선발기준이 되면서 대학입학 통로가 다변화 되자 고교의 학생활동이 변화했다.


각 대학들은 자신들의 교육 이념과 목표에서 인재상을 제시하고 그에 부합하는 잠재역량을 갖춘 수험생을 선발하기 위해 차별화된 선발기법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대학들은 자연스럽게 고교의 교육 과정과 내용 및 학습환경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더 나아가 고교-대학이 유기적 관계증진을 도모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손쉬운 선발, 그 익숙함과 결별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우리 대학들은 지금까지 스스로 학생을 평가하여 선발하기 보다는 평가되어진 결과만을 가지고 손쉽게 선발하는데 익숙했다. 많은 대학들이 아직도 이런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도는 사회적 신뢰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록 극히 일부 고교사례이기는 하나 학생부기록의 조직적 변조나 수정 사례가 적발되고 거짓 성과로 명문대학에 입학한 사례도 있다.


대학차원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의 양성과 확보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성적에 대한 미련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로 운영한 경우도 있다.


선발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는 입학사정관제의 핵심은 대학이 스스로 마련한 기준을 가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다. 이 제도가 뿌리내리기 위해서 대학은 완성된 인재를 채용해 이익을 내고자 하는 회사와 달리 발전가능성을 지닌 미완의 인재를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육성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은 고교를 향해 선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이제 막 시작된 고교와 대학 교육현장의 변화가 선순환구조로 정착되도록 지원하고 기다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