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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사람(人in人)

안광훈 신부 자서전, '가난한 이가 되어버린 사제' <성자와 죄수> 출간

성자와 죄수 편안한 마음으로 쓰게 된 한 사람의 삶

안광훈(지은이), 오정삼(옮긴이) 빛두레 2021-12-01

 

 

-바코드: 978-89-91384-14-9, 03230

-정가: 20,000

-페이지: 292

-규격: 154*2224mm(신국판)

-발행일: 2020-12-01

-저자 정보:

안광훈(지은이)

안광훈(Robert John Brennan) 신부는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사제로서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1965년 사제로 수품을 받고, 1966년 선교사로 한국으로 파견되었다. 강원도 원주교구 산간지방과 서울의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선교와 사목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삼양동 산동네에 삶의 자리를 틀면서, ()삼양주민연대 이사장 맡고 있으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도시빈민사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서울시사회복지 대상, 2014년 아산사회복지재단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20924일 특별공로를 인정받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오정삼(옮긴이)

삼양주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오랜 시간 안광훈 신부와 함께 하면서 <성자와 죄수> 번역 작업에 몰두하였다.

 

-책소개: 1966년 한국으로 파견된 한 뉴질랜드 사제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 본 뒤, 뉴질랜드와 한국에서 삶을 돌아보고 있다. 가난이 뿌리 깊게 내렸던 전후 한국으로 파견된 안광훈 신부, 그의 조상 중에는 성자와 죄수가 있었고, 오늘 우리의 시대에도 여전히 성자와 죄수는 존재한다. 안 신부는 <성자와 죄수>를 통해 한국의 현대사와 자신의 삶을 병치시키면서, 자신만의 해학과 유머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풀어내고 있다. 한국에 뿌리를 내린 한 이방인, 아니 한국인이자 동시에 가난한 사람이 되어버린 한 사제의 삶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목차:

추천사

헌정사

 

서문

 

1부 뿌리를 찾아서

1장 나의 조상 - 부계 혈통

2장 나의 조상모계 혈통

3장 나는 누구인가? - 나의 조부모님들

4장 나의 어린 시절

5장 호주에서의 신학과정

6장 한국으로의 파견

 

2부 한국에서의 선교활동

7장 간략한 한국사

8장 강원도 정선 시절

9장 첫 번째 안식년

10장 서울 목동 시절

11장 신학원 시절

12장 두 번째 안식년 - 시카고(1991-1992)

13장 삼양동(1) - 재개발(1992-1998)

14장 삼양동(2) - 돌산마을(1997-2002)

15장 서울북부실업자사업단 강북지부(2002-2015)

16장 삼양주민연대

 

3부 나의 영성

17장 회고

18장 나의 영성

19장 우리는 지금 어디 있는가?

20장 성자와 죄수

21장 신의 플랜 B?

번역을 마치며

번역을 마치며

 

삼양주민연대 사무국장 오정삼

 

영광이었다, 80년을 이어온 한 사람의 삶의 속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사실 안광훈 신부님께서 자서전의 번역을 부탁하셨을 때, 과연 내가 가능할까를 먼저 생각해봐야 했다. 그리고 실제로 신부님께서 글에 다 담지 못한 속마음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번역이 안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신부님과 되도록 많은 대화를 나눴다.

여기 쓰여진 모든 내용은 모두 신부님께서 몇 번을 다듬고 다듬어서 직접 기록한 내용이다. 신부님의 글을 접하면서 나는 문장력에 한번 놀라고, 유머코드에 또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를 살리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여전히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 없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밝혀두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원래 이 책의 원제목은 <Of Saints and Sinners>이다. 굳이 단어 그대로 번역한다면 <성인과 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자는 이것을 <성자와 죄수>로 번역했다. 그 이유는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의 1부를 다 읽게 되는 순간부터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뉴질랜드 출신인 안광훈 신부님의 혈통에는 태생적으로 성자로 추앙받는 이들의 피와 제국주의 시대 주인없는대륙을 창살 없는 감옥으로 사용한 대영제국에서 보내진 죄수들의 피가 섞여있기 때문이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졌다.

각 부는 각각의 완결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각 부를 선택적으로 순서 없이 읽을 수 있다.

1부는 자신의 부계 혈통과 모계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서 선교사로서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1부의 앞부분의 경우 유럽사를 잘 모르는 독자의 경우 다소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들에게는 해적으로 잘 알려진 바이킹으로부터 시작하는 부계혈통에 대한 소개로부터, 콧물을 닦을 손수건 한 장을 훔친 죄로 스카버러 호에 태워져 식민지 호주에 도착하게 되는 죄수들의 비참한 현실로부터 모계혈통의 뿌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직계 가족과 신부님의 어린 시절, 맏아들의 장래를 걱정스러워 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신학생이 되기 위해서 뉴질랜드에서 호주의 신학원으로 떠나는 청년 로버트 존 브레넌의 젊은 시절, ‘한국인은 쥐고기를 먹는다는 어머니의 우려를 들으며 마침내 한국행 배를 타고 선교사 안광훈으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모습까지를 그리고 있다. 그 가운데는 딸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미사 복사 당번 전 무심코 집어먹은 딸기 한 개 때문에 겪어야 했던 신성모독의 죄의식과 ‘5분 만큼의 죄에 대한 자기 합리화의 장면도 있다. 이 장면은 역자가 어렸을 적, 저녁밥이 구수하게 익어가는 아궁이의 화톳불 앞에서 아이고!!”라는 말을 무심코 내뱉었다가 몇날 며칠을 아버지께서 돌아가실까봐 혼자 끙끙 앓던 모습이 떠올려지며 소년의 순수함에 애련한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2부는 외국인의 눈에 보이는 간략한 한국사로부터 시작해서, 선교사로서 1966년 한국에 입국해서 강원도에 부임한 이후 삼척과 정선, 원주 등지에서, 순박하다기보다는 척박한 삶을 이겨내며 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는 첩첩산중 산골마을 주민들과 함께 했던 청년 안광훈의 관동별곡으로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아직도 신부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자행된 인혁당 사건의 8명의 무고한 사법살인과 지학순 주교님과의 만남이 있다. 그리고 10여 년 만에 정선을 떠나는 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채 감추지 못하며 어느새 중년을 바라보는 인간 안광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생명의 은인이 되었던 1년의 안식년 후 1981, 새로 부임한 서울 목동은 박정희 독재정권 시대 도심정비의 명목으로 새벽녘에 트럭에 태워져 버려진 철거민들이 힘들여 가꾼 안양천 변의 쪽방촌의 모습이었다. 12.12 쿠테타를 통해서 광주민주화 항쟁을 무자비한 무력으로 진압하고 정권을 장악한 악마전두환은 88서울올림픽의 성공을 명분으로 목동신도시 재개발을 발표하고 소수의 건설재벌의 손을 빌려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모아가던, 그야말로 야만의 시대였다.

이후 선교생활 중 가장 힘든 세월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골롬반 신학원장으로서의 6년의 시간, 그리고 두 번째 안식년을 거쳐 1992년 가을, 다시 서울 북부의 대표적인 산동네인 삼양동으로 부임하여 철거싸움에서부터, 한국경제의 근간을 뒤흔든 IMF 사태 이후 대규모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신용자립 협동을 위한 협동조합 운동, 주거권 실현을 위한 주거복지센터의 설립, 나아가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 등 주민 스스로의 자조협동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을 오늘날까지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3부는 한국에서의 오십 여년의 선교 활동을 되돌아보며, ‘영성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재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을 직시한다. 특히 18장의 나의 영성<선교사의 눈으로 본 마르코 복음서 강독>의 형식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것은 예수님의 광야에서의 40일간의 금식과 돈, 영광, 권세의 유혹을 뿌리치는 모습을 통해서 가난한 자, 소외된 자, 힘없는 자를 위한 예수님의 세 가지 선택으로 귀결한다.

그리고 20장에서는 이제 조용한 회한으로 돌아와 신부님이 평생 동안의 삶에서 만난, 성인으로 추대받지 못하고 있는 성자들의 모습을 회고한다. “악행은 살아남지만, 선행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는 세익스피어의 말을 빌려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다소 이상한 시성(諡聖) 시스템을 비판하며, 그가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성자들을 다시 불러내온다. 지학순 주교, 공 토마스 신부, 엔다 스타운턴 수녀, 요셉 선우경식, 미리암 커즌스 수녀 등이 그들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거부했던 돈, 명예, 권력의 유혹을 거부했던 성자들이었기에, 그들을 통해서 현재 교회의 이 세가지 유혹에 대한 집착에 경종을 울린다.

어느새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수백만년 전 이 지구 행성의 먹이 사슬의 맨 밑바닥에서 대가리만 커서 자신을 지혜 중의 지혜라고 거들먹대던 인류를 선택한 신의 플랜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이제 신은 새로운 플랜 B로 바퀴벌레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다소 유머스러운 의문을 제기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내가 30여년 전 삼양동 산동네로 이주한 후, 이따금 스쳐지나던 안광훈 신부님을 삼양주민연대에서 가까이 모시게 된 것이 벌써 4년이 훨씬 넘었다. 아마 안광훈 신부님께서 이 책을 쓰시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일 것이다.

오늘 이 책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일이면 삼양주민연대를 떠나게 되어있다. 신부님의 자서전을 번역하면서 무언가의 부름을 느꼈다. 만약 하나님이 진짜 계시다면 이 모든 것이 그분의 계획이시고, 나를 당신이 필요로 하신 또 다른 곳으로 부르시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