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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어느 대통령 후보의 페르소나

<주 : 이 글은 (사)김상진기념사업회가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 『선구자 126호에도 함께 실립니다.>

 

어느 대통령 후보의 페르소나

바로코리아(오정삼)

 

  지금은 흔히 ‘분신(分身)’, ‘가상의 인물’ 정도로 쓰이는 ‘페르소나’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persona(가면)에서 유래한다.
  원래 이 용어는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이 라틴어에서 광대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말에서, 자신의 자아에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관습, 혹은 덕목 등에 따라 덧씌워진 사회적인 인격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따라서 페르소나는 한 개인의 생애 동안에 사회적 관계, 교육 등을 통해 형성되며 이를 통해서 개인은 자신의 본성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고 자신의 역할을 표출하거나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페르소나가 자신의 자아와 큰 차이가 있을 경우, 그 괴리감으로 인하여 개인은 갈등을 느끼게 된다. 또한 페르소나의 역할이 지나치게 팽창될 경우, 개인은 이미 충분히 거추장스러워진 가면에 불과한 페르소나 안에서 열등감과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간은 이 페르소나와의 괴리를 극복하며 자기 자신의 본성을 향해 나아가는데, 이것이 곧 자기실현의 과정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확정을 위한 한달 여 간의 순회경선을 통해서, 나름 경선 후보 2위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50.29%의 득표율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확정지었다. 여전히 무효표의 모수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은 49.33%이므로 최종결선 투표가 필요하다는 2위 후보 진영의 주장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 대장동 게이트의 주범이며 “이재명의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버리겠다.”고 설전을 벌였다.


  ‘가면(mask)’하면 바로 떠올려지는 대표적인 가면은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이다. 가이 포크스는 1605년 영국 국회의사당 화약폭파 음모사건의 주동자 이름이다. 그는 결국 모진 고문 끝에 사지가 절단되는 형벌을 받아 처형되었지만, 근대 이후 저항과 무정부주의 혁명의 상징이 되었고, 2006년 7월 개봉됐던 할리우드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와, 국제적인 해커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 등을 통해서 이제는 대중에게도 익숙한 가면이 되었다.
  지난 한가위 기간동안에 당구대회가 하나 있었다. 이 당구대회가 화제를 일으킨 것은 이 대회에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익명의 아마추어 선수 ‘해커’가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물리치고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32강전에서 당구의 황제 프레데릭 쿠드롱을 당당히 물리치고 승승장구했지만 아쉽게도 4강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의 선전에 많은 이들은 ‘프로 별거 아니네!’라고 반응하며 그를 응원하기까지 했다. 

  내 나이가 환갑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재명 후보에게 살가운 정이 가지는 않는다. 아직도 나의 삶의 깨달음이 부족한 것인가? 나와 함께 한 많은 동지들이 애초에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적극 나서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도 주춤하고 있는 나 자신의 본다. 한 여배우의 집요한 사생활 폭로에 대한 그의 뻔뻔스러움, 그리고 형수에 대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욕설 등, 어찌 보면 이 모든 것이 그의 페르소나에 불과한 것인데, 나는 그의 페르소나를 보면서 그의 자아와 본성을 가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그는 제일 먼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의식하고 부동산 대개혁을 천명했다. 또한 국가가 주도하는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전개할 것을 선언하며 루즈벨트에게서 배우겠다고 했다. ‘이재명식 뉴딜정책’, 즉 ‘이재명식 새판짜기’를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가면인 ‘이재명의 페르소나’이다. 나는 이 가면이 언젠가는 확 찢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가면이 찢어지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권 재창출 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바라고 바라건대, 그의 페르소나와 자아가 조화롭게 일치하여 이재명 본인만의 ‘자기실현’을 넘어서, 이번에는 진짜로 그의 주장대로 ‘평등과 공정’이 차고 넘치는 나라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의 ‘행복실현’이 달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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