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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과연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

<주 : 이 글은 (사)김상진기념사업회가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 『선구자 127호에도 함께 실립니다.>

 

과연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

바로코리아(오정삼)

 

  우연히 그림에 있는 타로 카드 한 장을 주웠다. 궁금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타로에 대한 지식은 그저 서양 점(占 ) 도구 정도이다. 그래서 타로에 대해서 적당히 조금만 알고 싶어졌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타로 카드 덱(deck)은 7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메이저 아르카나(arcana:라틴어로 비밀이라는 뜻) 22장, 마이너 아르카나 56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메이저 아르카나는 바보, 마법사 등 22가지의 이미지가 등장하고, 마이너 아르카나는 다시 숫자(pip) 카드와 인물(court) 카드로 구분된다. 숫자카드는 막대(wand), 칼(sword), 잔(cup), 동전(pentacle) 모양의 도구가 1~10까지의 개수로 구성되어 40장, 인물카드는 다시 킹(king), 퀸(queen), 기사(knight), 시종(page)이 위의 4가지 도구를 들고 있는 카드 16장이다. 이 정도 파악을 해보니 타로 카드에서 뭔가 트럼프 카드의 느낌이 난다. 나는 그저 여기까지만 알고 싶어진다.(만약 내가 독자 여러분들께 타로 카드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불러일으켰다면 좀더 상세한 이해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가 우연히 발견한 타로 카드는 숫자카드 중 Ace of Swords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카드가 상징하는 키워드는 굳은 결의, 타고난 통솔력, 힘, 활동성, 승리, 권력, 성공, 정복, 지혜, 직관, 현실, 판단, 좋은 일이 생김, 위대한 결심, 새로운 시작, 돌파구, 올바른 결정 등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봄직 한 단어들이다. 그렇다! 이번 3월 9일은 대통령 선거가 있고, 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각의 후보들을 평가하고 분석하는데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들이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 선거라고들 한다. 선거일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여야 두 유력 후보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후보들에 대한 정책보다는 후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아슬아슬함과 상황의 변화에 유권자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언제 어떤 돌발적인 사건이 툭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최근에 시간이 좀 남아서 ○플릭스에서 <원헌드레드>라는 미드를 보고 있다. 대충의 줄거리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에서 여러 방식으로 살아남은 각각의 인간집단들이 종족(crew)이 되어 ‘오직 생존’만을 위해서 잔인할 정도로 처절한,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전쟁을 펼쳐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모든 등장 인물들은 누구 하나라고도 할 것 없이 ‘오직 생존’만을 위해서 순간순간 돌변한다. ‘오직 생존’에는 오늘의 동료도, 내일의 적도 없다. ‘오직 생존’만이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가치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죽어가는 동료나 적 앞에서 끊임없이 “Your fight is over!”를 되뇌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라는 모든 전쟁 범죄자들이나 할 법했던 자기 정당화를 반복한다.

  정치나 선거를 보면서 ‘오직 생존’ 밖에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이것은 현대 사회의 정치판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왕권을 잡고자 하는 무자비한 권력투쟁은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이 권력을 잡은 자는 이 권력투쟁에서 실패한 어제의 친구를 눈물로 끌어안은 채 “Your fight is over!”를 속삭이며 칼로 찌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권력의 편에 선 이들은 그들을 비난하는 어제의 동지들에게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라는 변명을 늘어놓아야만 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는 편가르기가 ‘오직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임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단지 여전히 남는 회한은 ‘과연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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