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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나는 오늘도 따릉이를 탄다

<주 : 이 글은 (사)김상진기념사업회가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 『선구자 121호에 실린 필자의 글(2020.7.19,)을 전재(全載)한 것입니다.>

바로코리아(오정삼)



서울시의 대표적인 공유경제 서비스인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있다.

79, 역시 따릉이를 타고 퇴근을 했다.

630분경 집에 도착해보니 퇴근 후인데 후임으로부터 카톡이 와있다.

 

박원순 시장님이 실종됐다고 인터넷에 난리 났어요.”

무슨 일이래???”

 

8시 뉴스부터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관련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의 친절한 원순씨....

 

  2년 전 7월 하순, 박원순 시장은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삼양도 옥탑방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한 첫 공식적인 업무의 시작을 우리 삼양주민연대 방문으로부터 시작했다. 박원순 시장은 늘 자신감 있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배석한 비서관이나 공무원들에게 즉시 해결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때로는 현장에서 관련 기관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문제해결을 부탁하기도 한다.

 

  박원순 시장의 실종소식과 성추행 관련 뉴스를 듣는 사이 아내와 나의 머릿속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노회찬 의원의 사망 사건이 오버랩되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초조한 마음으로 관련 후속 소식을 기다린다.

 

혹시 원순씨 지금 산에서 뛰어내리려다가 겁이 나서 혼자 덜덜 떨고 있는 거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네. 아직도 할 일이 많은 사람인데...”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면서 박근혜정권 퇴진운동이 한창이던 2016, ‘민중총궐기측이 주최한 1029일의 청계광장 1차시위부터 시위에 참여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파면)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인 2017311일 축제의 광장이 되었던 20차 시위까지 거의 매번 광화문 시위에 참여했다. 처음 몇 차례의 시위에는 혹시 모를 격렬한 충돌을 걱정하며 혼자 시위현장에 나갔다. 시위가 거듭되면서 시민들은 시위가 안전한 축제의 장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에 대한 편의를 최대한 보장한 것이었다.

  자연스레 나의 경우도 가족들과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광장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도 많았다. 광화문 시위의 현장은 오랜 옛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이 되어갔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이름으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수시로 발표했다. 시위가 축제의 현장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20161236차시위에는 정부 수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230만명 이상(추최측 추산)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박원순 시장이 촛불혁명의 우렁각시 역할을 한 것이다.

 

  710일 새벽 0시 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잠못 이루고 뉴스를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나는 허탈함에 말을 못잇는다.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아내가 흐느낀다.

아마 나라도 박원순 시장의 입장이라면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영혼이 맑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해야하는 것을 참을 수 없나보다.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서울시와 함께 진행해야 하는 사업들이 많다. 예전에야 관()이 적()이었지 지금은 민관협치의 거버넌스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복지체계의 전달자로서 허덕이는 부작용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박원순 시장의 정책 중에는 유독 생활밀착형 사업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공유경제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는 자전거 공유서비스 따릉이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희망온돌사업’, 시민 안전을 위한 안심귀가 스카우트’, 자동차 공유서비스 인 쏘카등이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개발한 프로그램들이다.

  또한 그의 주요 사업 가운데는 과거 정권에서의 도시 재개발로 인한 원주민 공동체의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들과 3번째 임기의 마지막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주택문제 해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그가 오랜 시간동안 몸담아온 시민단체의 활동가로서의 역할을 기반으로 주거에 대한 권리도시에 대한 권리를 정책에 반영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강북구 주민들은 올 여름 박원순 시장의 삼양동 옥탑방 한달살이’ 2주년에 즈음하여 그동안의 마을의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던 터였다.

 

  그런데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의 친절한 원순씨, 촛불혁명의 우렁각시가. 그것도 성추문을 통해서... 아무리 관능적 욕구가 많은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성찰이 더 앞서기 마련인데 원순씨는 어찌 역행할 수 있었을까...

궁금함이 뇌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그가 필요한데 말이다.

내가, 우리가 지금 이순간도 그를 그리워하는 이유이다.

잘 가시오.

그동안 수고 많았소, 친절한 원순씨.